펜싱은 오랜 기간에 걸쳐 유럽에서 발전해 온 전통적인 무예이자 기술·집중력·전략적 사고를 요구하는 정교한 스포츠입니다. 현대 펜싱은 에페(Epee), 사브르(Sabre), 플러레(Foil) 세 종목으로 구성되며, 그중 플러레는 가장 기본이자 핵심적인 종목으로 전 세계 펜싱 입문자들이 먼저 배우는 종목입니다.
플러레(Foil)라는 이름은 17세기 유럽에서 펜싱 훈련용 검을 지칭하던 말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원래 실전 검에는 날이 서 있었지만 훈련 과정에서 안전을 위해 칼끝을 뭉뚝하게 감싸는 장치를 씌웠고, 이 장치를 얇은 금속판이나 가죽으로 덮은 것을 영어로 ‘Foil’이라고 불렀습니다.
국제 대회와 올림픽에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플러레는 입문자들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기초 종목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플러레를 통해 다져진 기본기와 감각은 에페와 사브르 등 다른 모든 펜싱 종목의 토대가 되며, 펜싱의 본질과 철학을 가장 명확하게 담고 있습니다.
18세기에는 프랑스와 영국의 펜싱 아카데미를 중심으로 플러레가 교육의 표준 무기로 확립되었습니다. 특히 런던의 펜싱 거장 도메니코 안젤로(Domenico Angelo)는 플러레를 바탕으로 발놀림, 거리 감각, 정확한 찌르기를 체계화하며 현대 펜싱의 기초를 완성했습니다.
플러레 종목은 몸통만을 유효 타격 부위로 제한하고, ‘우선권(Right of Way)’ 규칙을 둠으로써 단순한 힘의 경쟁을 넘어 정확성·민첩성·전략적 사고를 함께 요구하는 즐겁고 정교한 스포츠로 발전했습니다.